상식 잡담

상식


월급봉투가 이렇게 얇을 수 있는가? 한참을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아르바이트해서 받은 봉투였다. 여기에 100만원이 다 들어갈 수 있나? 애매했다. 수표 10장이라고 하기에는 두꺼웠고, 만원 지폐 100장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얇았다. 섞어 넣었나? 굳이 그런 번거로운 일을? 생각을 할수록 불안했다. 사장은 그런 나를 보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받아. 70만원.”


원래 백만 원 주기로 한 게 아니었나? 당당하게 70만원을 내미는 모습에 애초에 내가 잘 못 들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봤다.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백만 원이 맞다. 당혹스러웠다. 사장이 내 표정을 읽은 것 같았다. 이번엔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설마 백 만원 다 받으려고 했냐? 일한만큼 받는 게 당연한 거지. 너가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냐? 이런 상식 없는 놈을 봤나.”


졸지에 상식 없는 놈이 됐다. 사장은 점점 화가 나는 듯 한참을 나의 몰상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등학생이 일한다고 해서 기특해서 받아줬더니 고마운 줄 모른다.’부터 시작해서 ‘월급을 주면 고맙다고 해도 모자를 판에 불만족스러운 표정 짓는 것은 어디서 배운 버릇장머리냐?’까지. 듣고 있자니 정말 내가 몰상식한 것 같았다. 결국에는 죄송하다는 말과 고맙습니다는 말을 번갈아하며 두 손으로 월급봉투를 받았다. 최저임금이라는 상식을 일개 고등학생이 알 리가 없었다.


당시의 최저임금을 알았다하더라도 달라진 것은 있었을까? 아마 여전히 사장 눈에는 내가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돈만 탐내는 몰상식한 알바생’으로 보였을 것이다. 영어로 'commonsense'인 상식은 말 그대로 공통의 감각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사장과 일개 고등학생 아르바이트생인 나 사이에 공통의 감각이 있을 리가 없다. 그저 자기의 감각으로 도출한 상식이 있을 뿐이다. 사장은 늘 가게주인의 감각으로 본 것을 상식으로 이야기했다. 이를테면, ‘손님이 없더라도 앉아 있지 마라.’라든지, ‘언제 손님이 올지 모르니 최대한 빨리 밥 먹어라’ 같은 것들 말이다. 아르바이트생의 감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10시간을 일하는 상황에서 다리 아프면 앉을 수도 있는 것이고, 밥도 편히 먹어야 하지 않냐는 상식은 사장에게 통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어떤 경우에도 최저임금은 받아야 한다는 상식은 노동자만의 상식일 뿐이다.


세상엔 너무 많은 상식이 있다. 그리고 이쪽이 상식이 저쪽에서는 몰상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상식이 서로 부딪히면 힘 센 쪽의 상식이 이긴다. 아르바이트생의 상식은 사장의 상식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상식대로 하자’는 말이 나는 겁난다. 내가 모르는 것들이, 내 감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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